“......”
어쩌면 소년은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.
그와 함께할 시간이 그렇게 많이 않았다는 것을. 아니 정확히는, 이미 만난 그 순간부터 예상하고 있었으리라.
스르륵 흰 천을 들어 그의 얼굴을 덮었다.
[“들끓는 감정을 가라앉혔구나. 허나 너에게는 그것이 너무 익숙해 되려 독이 될듯하구나
너는, 감정을 너무나도 드러내지 않으니”]
한발자국 물러나 그를 본다. 지독히도 햇살이 곱다.
[“너의 흐름은 차갑게 가라앉아 거침이 없다. 부드럽고도 날카로우며 동시에 변화가 심하다.
그것이 네 한계라면 한계이고, 네 장점이라면 장점일 것이다.”]
조용히 그 고요를 바라본다. 익숙한 장면이지만 왜, 어째서.
[“예전에- 내가 가르쳤던 아이는 너와는 반대였다.
그 아이가 살아있다면 너에게는 사숙(師叔)이 되겠구나.”]
아직, 당신이 내 머리를 쓰다듬던 온기를 기억하는데-
[“이름이 없다면 내, 너를 위해 나의 이름을 주마-”]
[“왜 당신의 이름을 나에게 준다는 거죠?”]
그는 빙긋 웃었다 그리고는 먼 곳을 보며 말했다.
[“나는 내가 죽은 줄 알았다. 그리고 너로 인해 목숨은 건졌지만 내 목숨은 사실 얼마 남지 않았지. 허나 그렇다면, 또 한번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도 없지 않겠느냐.”]
그리고 그는 소년을 보며 말했다.
[“그때에 내가 너의 제자라는 것을, 바로 알수 있도록- 하는 것이다 나의 욕심이지.”]
그는 알았을까. 소년은 힘을, 갈구하고 있었고 그에게 스스로의 강함을 증명받기를 원했다는 것을.
소년의 첫 가족은 그렇게, 허무하고도 아프게 죽음을 맞이했다.
‘강했더라면, 자신이 좀 더 강했더라면!’
소년은 그가 앓는 내내 그렇게 속으로 울부짖었다.
어차피 약육강식의 세상.
소년의 삶 또한 그랬다 소년의 마음은 그의 죽음으로 다시 한 번, 굳게 걸어 잠겨 졌다.
다시금 시선 가득 담겨오는 차가운 육신에 소년은 고개를 돌렸다. 아팠다.
-툭...
왜, 어째서일까. 이미 말라버렸지 않았던가
소년은 뺨을 타고 흐르는 것에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.
의지와는 다르게 흘러넘쳐 뺨을 적시는 것에 이내 소년은 작게 흐느끼며 무너져 내렸다.
‘강해지리라-’
소리 없이 오열하는 소년은 이를 악물며 다짐했다.
그가 말한 이를 찾으리라. 죽었다면 그 시신을 무덤에서 꺼내서라도 확인하리라.
그리고 그렇지 않다면 그와 겨뤄, 당당히 강함을 인정받으리라.
[“너의 이름을 기억 하거라. 너의 이름이자 나의 이름이다. 같지만 다른 이름이다.
네가 어찌 살지는 너에게 달렸느니. 잊지 말거라-”]
“아아, 잊지 않아요. 잊지 않겠어요!”
소년은 차디찬 그의 손에 뺨을 부비며 속삭였다.
“하지만 스승님, 당신이 바라신대로 살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.”
[“너의 이름은 무진..
그러나 無盡이 될지.. 撫鎭이 될지는 너에게 달렸구나..
나의 이름을 너에게 주마. 나의 이름은 아신.. 그러나 그게 惡心 이 될지 磁針이 될지는 그 또한 너에게 달렸다
마지막으로 너의 진정한 이름은- ”]
소년은 가라앉은 눈동자로 아직 풀이 듬성듬성한 흙무더기를 보았다
“당신은 두 가지 길을 말해주셨지요 스승님.”
소년이 말했다.
“저는 그 두 이름의 의미를 잠시 잊겠습니다.”
소년은 슬프고도 아프게 말했다.
“그를 찾아 그와 대결하겠습니다. 그를 이겨보겠습니다 지금은 그것이 제 전부입니다.
아직 제 이름은 취청혹(翠靑豰)입니다. 그러니 끝까지 절 지켜봐주세요.”
햇살이 고왔다.
소년은 이제 다시 울지 않았다.
비가 개인 하늘은 소년의 머리카락 색과 같은 푸른빛이었다.
바람이 불어 무덤의 듬성한 풀을 흔들고 갔다.
마치 소년의 말에 긍정의 답을 하는 양.
아환 님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~ ^-^
아환 (erikaa237) 님 블로그에 좋은 덧글 많이 달아주세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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